Loading
2017. 5. 6. 14:04 - 디라스티트

A Family Holiday

A Family Holiday

written by. Delastit











 “모처럼의 가족 휴가구나.”


 미스카토닉 대학 기숙사 3층 왼쪽 구석방에서 어머니의 기쁨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며 아스트리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카토닉 대학의 인류학 교수인 아버지, FBI의 촉망받는 요원인 어머니, 타계하신 지 오래 되었지만 세계 각지에 의료봉사를 다니던 조부, 그리고 그 조부의 유지를 이어 30대가 갓 된 어린 나이에 이미 박사 학위를 밟고 있는 그녀를 포함해 아무래도 에이브리 가家는 유능한 인재만 모여 있는 것이 원인이기는 했다.


 “아디, 에른은 어떠니?”

 “여전해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신경 안 쓰고 책에 코 박고.”

 “코가 시꺼멓겠구나.”

 “그러니까요.”


 그렇게 같은 킬링타임 서클 ‘진리의 탐구자들’ 소속의 절친한 친구 에른스트 쉴러의 이야기를 꺼내며 아디는 손톱을 멍하니 내려봤다. 나프탈렌 용액이 튀어 하얗게 변색된 손톱 주변이 흉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꽤 오랜만이었다. 손톱깎이를 어디에 뒀더라, 하고 여전히 뇌 안쪽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한껏 늘어트렸다.


 “아버지도 학회가 곧 끝나신다니 합류해서 그쪽으로 가마.”

 “기대되네요. 우선 할아버지 성묘부터죠?”

 “가족 휴가잖니.”

 “후후, 그러네요, 가족 휴가죠.”


 그녀는 일부러 가족에 방점을 찍듯 말했다. 그리곤 좁은 기숙사 방에서 의자와 함께 몸을 앞뒤로 흔들며 하얗게 질린 손을 보다가, 핸드폰보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문소리에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디, 조금 용건이 있는데.”


 나 참, 또 무슨 골치 아픈 문제를 들고 왔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디는 서둘러 카디건을 걸치고 문이 있는 쪽으로 돌아나갔다. 그곳에는 얼룩진 백의를 채 갈아입지도 않고 숨을 헉헉대고 있는 에른스트 쉴러가 있었다. 서둘러 달려왔는지 밝은 금발이 한껏 흐트러지고, 그 아래에서 소년의 치기와 천재의 총기를 섞어 담은 푸른 눈이 빛나고 있었다.

 어딘가의 패션잡지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을 보고도 이채롭게 여기지 않으며, 아디는 자신의 머리를 이마에서부터 뒤로 쓱 넘기며 한숨을 푹 쉬었다.


 “노크는 하고 들어올래, 에른?”




 어린 불청객을 맞아들인 것이 분명한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머니, 로렌 아스트리데 요원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미 곁에 앉아있는 아버지, 에드워드 아스트리데 교수를 돌아보았다. 곁에서 통화를 엿듣던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아디도 에른도 건강한 모양이네요.”

 “그야 같은 학교에 있으니 압니다만.”

 “알면서 왜 저한테는 소식을 안 전해주나요? 나쁜 사람.”

 “그, 그야 당신은 항상 바쁘잖습니까. 소소한 말을 하기에는 더욱.”


 뉴욕에서 아캄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앉아있는 부부는 나이가 찬 딸을 둔만큼 조금 노쇠한 기색이 있었지만, 그에 비해서는 아직까지도 금슬이 좋은지 서로 한 손을 꼭 깍지 끼고 있었다.


 “에드워드, 학회는 어땠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연구라……. 세간에는 공표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지만, 진리의 탐구자쪽 녀석들이 이것저것 정리해준 덕분에 한결 편했습니다.”

 “킬링타임 서클이라더니 의외로 본격적인 연구도 하나 봐요?”

 “본격적인 연구, 이지만……. 저로서는 취지가 바뀌는 편이 마냥 달갑지는 않습니다, 로렌.”


 그렇게 답하며 에드워드는 조금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거장 유리 저편으로 보이는 수대의 차량을 멀거니 바라보던 로렌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즈음에는 미소로 돌아와 있었지만, 그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로렌, 저쪽, 조금 수상하지 않습니까……?”

 “어디요?”


 그가 가리켜 보인 곳으로 그녀도 곧장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버스 짐칸에서 짐칸으로 옮겨진 화물들이 첩첩이 쌓인 곳으로 한 사람이 다가가고 있었다. 화씨 30도에는 어울리지 않는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비틀거리며 화물로 다가가는 그 모습은 휴양객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수상해 로렌은 저도 모르게 건 벨트에 손을 가져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돼!”

 “네?”

 “머리 숙여요, 로렌!”


 고개를 돌리는 것보다 먼저 몸을 한껏 숙인 로렌의 머리가 있었던 자리로 풍압과 같은 무언가가 지나갔다. 그 무언가는 그대로 부부를 지나쳐 캐리어를 끌고 평범하게 걷고 있는 여행객과 부딪쳐, 그 짐까지 한꺼번에 유리창까지 날려버렸다.

 산산 조각난 유리창 너머에서 사람의 몸이 마치 짓이긴 꽃처럼 퍼지는 모습. 로렌은 그것을 놀란 눈으로 보았다. 조금만 늦었다면 저렇게 되는 것은 분명 그녀였을 것이었기에. 하지만 에드워드가 노려보고 있는 곳은 방금 전의 수상한 사람 쪽이었다.


 “이름 없는 권속…….”


 숨을 제대로 들이키지도 못한 채 뱉은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비명에 깨끗하게 먹혀버렸다. 피꽃이 만든 아수라장은 엄청났다. 그 자리에 주저앉은 사람, 서둘러 달려가는 사람, 누군가를 부르며 우는 사람, 그 외에도 마치 재난영화에서나 볼 법한 반응이 가득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부부는 보았다.


 “Ia Ia Tsathoggua!”


 수상한 자와 화물이 있었던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그림자 같은 점액.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도망치는 자들을 하나하나 포식하기 시작하는, 있어서는 안 될 신화생물의 침공을.




 “연락이 안 돼?”


 미스카토닉 부지 바깥의 카페에서, 아디의 성화에 겨우 옷을 갈아입고 그녀의 부모님을 맞을 채비를 마친 에른이 물었다. 아디는 변색된 손톱 쪽의 거스러미를 물어뜯으며 연결되지 않는 전화를 붙든 채 대답했다.


 “응……. 도착하실 시간은 한참 지났는데.”

 “버스 사고 기사는 없어.”

 “그렇다면 연착이거나…….”


 맞은편에 앉은 채 타블렛 PC를 만지작거리던 에른의 낯빛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자기가 방금 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는 아디를 멀거니 올려보았다.


 “사고 기사는 없는데, 다른 것이 있어, 아디…….”


 함의가 있는 그 말에 아디는 손끝을 물어뜯는 것을 멈추고 에른의 등 뒤로 돌아와 섰다. 화면에 뜬 것은 뉴스 속보로, 낯익은 아나운서가 심각한 낯빛으로 반복해서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뉴욕 고속버스 정류장. 생화학테러로 추정되는 인명사고 발생, 생존자 없음.


 “사건 현장……, 치사……의 ……흔과 검은 액……, 얼룩져…….”

 “신원……확인할 수 있……는 시신은 극히 일부…….”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볼륨에 아디가 눈살을 찌푸리자 에른은 말없이 타블렛 PC의 스피커 볼륨을 올렸다. 틀어진 뉴스 속보 소리에 카페의 몇몇 사람들도 천장 구석에 붙은 TV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아디는 호흡을 멈췄다.


 “확인된 것은 현재 FBI 요원 로렌 에이브리, 미스카토닉 교수 에드워드 에이브리…….”


 가족 휴가의 끝을 고하는 소리가 허망하게 울려퍼졌다.




 “아디, 문 좀 열어. 부탁이니까.”

 “…….”

 “이야기는 안 해도 되니까 좀 먹자. 이것저것 가져왔으니까. 스크럼블 에그, 좋아하지?”


 모든 소리가 어딘가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은 공허함. 에이브리라는 성을 가진 인간이 이 세상에 자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고독감.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에게 한 마디도 대답할 수 없는 죄책감.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침대에 늘어진 아디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안에서 점점 더 고동을 더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불합리한 분노였다. 그리고 그것을 부딪칠 수 있는 상대가 문 저편에 있었다.


 “네가 알아?”


 아디가 벌컥 문을 열자 아직 그녀보다 한 뼘 정도 시선이 낮은 곳에서 에른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반갑게 이름을 부른들 그의 맞은편에 모습을 내놓은 것은 눈두덩이 퀭하고 입술이 바짝 마른 분노의 화신이었다.


 “아디.”

 “네가 내 기분을 알아?!”

 “아스트리데.”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증발했어! 누군지도 모를 놈의 뭔지도 모를 테러로! 관련 영상조차 열람할 수 없어! 유족인데! 내가, 유족, 큽, 으윽…….”


 입에 올린 단어가 심장을 찔렀다. 날붙이가 심장을 파고들어도 이만치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었다. 갑작스런 과호흡이 아디를 덮쳤다. 눈앞이 터널처럼 검게 좁아져 비틀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에른이 그녀를 감싸듯 안으며 등을 쓸었다.


 “진정해. 괜찮으니까.”

 “괜, 찮을, 리…….”


 여전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감정 없는 에른의 목소리가 역겨웠다. 무어라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너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그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천재에게는 인간의 생사 따위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일까. 너는, 그러니까 너는,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인간을 넘어서버린 것처럼, 그렇게.


 “너는 괜찮아. 무슨 일이 있든 지켜줄게. 나는, 너의 친구니까.”


 하지만 이어진 말에서 느껴진 아주 약간의 감정. 에른으로서는 적극적일 정도의 친애가 담긴 그 말에 아디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자기 안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색을 띤 모든 것이 끔찍했다. 뚜껑을 꺾은 앰플처럼 모든 것을 쏟아버릴 기세로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디가 네크로노미콘을 찾아낸 것은 부모의 삼주기 때였다. 성묘를 마치고 오랜만에, 고통스러운 기분을 억누르고 기숙사와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본가를 찾아, 언제나와 같은 일상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장소에 원인 모를 역함을 느꼈을 때였다.

 어딘가에서 그녀를 이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소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언어가 현상을 적확히 표현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뇌에 직접 꽂히는 진동, 현기증과 구분하기 어려운 감각을 참고 조부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녀는 책상에 펼쳐진 아주 오래된 책을 보았다.


 그 안에는 이 세상의 거짓된 껍질을 벗기는 진짜 신화가 적혀있었다.

 진리의 탐구자에서 아디나 에른 몰래 연구하는 낌새가 보였던 크툴루 신화.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모독적인 기운이 도리어 그것이 진실임을 증명해줬다. 아니, 증명해준다고 아디는 생각했다. 역사를 부정하고 인간을 모독하고 생명을 기만하는 존재들에게 닿는 기록을 바로 이 순간 발견한 것은 운명임이 분명했다.


 그 뒤로 대체 몇 년을 그 끔찍한 마도서의 해독에 매달렸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디에게 세계의 진실을 대면할 만한 자질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자질 없음을 넘어서게 해준 것은 부모의 의문사에 대한 집착과 본모습을 드러낸 진리의 탐구자들의 조력이었다. 아버지, 에드워드가 진리의 탐구자들의 변질에 우려를 표했다는 것을 아디는 알 길이 없었다.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의 부탁조차 무시하고 말았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컬트를 연구하는 짓은 이제 그만둬.”

 “에른, 그렇지 않아. 그 책에는 분명히 세계의 진실이 적혀있어.”

 “뭐가 진실이라는 거야? 차분히 생각해줘, 아디.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과 정확히 일치해.”

 “사이비? 너는 믿지 않는다는 거야? 이렇게나 확실한 증거들을 앞에 두고?”

 “그것이 진리의 탐구자들이 조작한 것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조작? 대체 뭘 위해서 그들이 그런 짓을 하겠어?”

 “너를 꼬드기기 위해서. 부탁이니까, 나와 함께 학사모를 던지던 시절의 아스트리데 에이브리로 돌아와줘.”

 “그럼 부모님은?”


 바싹 마른 폐인의 몸으로 절규하는 듯한 아디의 물음에 에른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부모님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채로 뱃속이 타는 듯한 시간을 계속해서 살아가라는 거야? 에른, 너는 아무 것도 몰라. 알 수 있는 주제에 알려고 하지 않아. 이 신화가 얼마나 웅대한 것인지, 우리들 인간이 이 앞에서 얼마나 비천한 것인지, 전혀!”


 그는 여전히 침묵한 채 그저 호소하는 듯한 벽안으로 그녀를 올려볼 뿐이었다. 그 눈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면서도 마른 손을 거칠게 휘두르며 아디는 천장을 올려보았다. 두 손을 펼치고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신의 왜곡된 생각을 입 밖에 꺼냈다.


 “인간의 힘으로는 평화를 만들 수 없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힘이라도 빌려야 해. 그것이 내 파멸을 부른다고 해도 상관없어. 나는 전혀 상관없어!”

 “……그래.”


 그런 그녀 앞에서, 긴 침묵 끝에 그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네 선택이 그렇다면,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게. 너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이날이 아디와 에른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한 마지막 날이 되었다.




 한 광신자가 네크로노미콘의 해독에 심취하고 있을 무렵. 에른스트 쉴러는 취지가 변질된 진리의 탐구자들을 찾아가, 어디선가 어린아이까지 납치해 와 인신공양 의식을 치르려고 하는 그들을 저지했다. 그는 그 아이의 처우를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고 자신이 떠안았다. 그런 소식들을 메일로 아스트리데 에이브리에게 전하면서도 그는 약한 소리 하나 내뱉지 않았다.

 그 메일의 내용에서는 해가 갈수록 바보 같은 일상과 그 일상에 품은 그의 감상이 드러났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세상은 천재인 그에게도 언제나 놀랍고 새로운 것이었다. 그는 이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아이가 믿게 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육아는 당연하게도 항상 잘 되지만은 않았고, 마지막으로 보내온 메일은 논문이 네이처지에 개재된 기념으로 아이가 꽃을 선물하려고 했지만, 죽은 꽃을 싫어하는 그가 아이의 마음을 매몰차게 거절해버렸다는 일종의 고해성사였다.

 하지만 아스트리데 에이브리는 그 메일을 운명의 순간까지 읽지 않았다. 운명의 순간이란, 마침내 해독을 끝낸 네크로노미콘에서 인간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어떠한 존재와 접촉할 수 있는 주문을 찾아내 진리의 탐구자들에게 알려준 순간을 뜻했다.


 ‘진리의 탐구자들은 또 바보 같은 짓을 벌이겠지. 아디, 그 일로 너를 탓하지는 않을게. 그저 내가 돌아오지 않게 된다면 그 아이를 부탁하고 싶어. 신뢰를 담아, 에른스트 쉴러.’


 아디가 소인이 찍힌 편지를 받았을 때, 모든 것은 이미 끝났고, 또 시작되어 있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녀가 사고를 내도 이상하지 않을 기세로 차를 몰아 에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온통 피로 얼룩진 방안이 그와 그 아이 중 한 사람이, 혹은 둘 모두가 완전히 생명이 끊어졌음을 알려주었다.

 이제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가족 휴가의 끝이 그녀에게 부여했던 중력이 다시 한 번 어깨를 짓눌렀다. 아스트리데 에이브리는 피 웅덩이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듯 그 피를 두 손에 쥐고 울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에른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제야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던 탓이었다.

 무료한 남자는 세계를 평화롭게 하겠다며 마도서를 연구했던 아스트리데가 아니라, 한 아이의 행복을 우선한 천재인 에른스트를 더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보았던 것이다.


 아스트리데가 그것을 납득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순간, 그녀는 중력의 배신자가 되었다.